서울 정비사업 현장에서 단지 고급화 바람이 거세지면서 공사비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조합 측의 프리미엄 설계 요구와 건설사의 수주 경쟁이 맞물린 데다 자재값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일반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성동구 금호16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23일 열린 총회에서 공사비를 기존 1,711억 원에서 2,176억 원으로 상향하기로 결의했다. 2024년 1월 본계약 체결 이후 불과 2년 만에 27%가 오른 수치다. 인상 배경에는 공사 기간 연장과 물가 상승도 작용했지만, 가장 큰 요인은 단지 고급화를 위한 설계 변경이었다. 외벽 마감재를 화강석으로 교체하고 안면인식 시스템과 통합 주거 서비스 등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 공사비를 끌어올렸다.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도 지난 27일 총회를 통해 1,025억 원의 추가 공사비 투입을 결정했다. 조경·외관 특화에 약 589억 원, 마감재 고급화에 약 437억 원이 각각 배정됐으며, 선큰 티하우스 신설과 새로운 문주 조성도 계획에 포함됐다. 해당 사업장은 앞서 2024년 9월에도 공사비를 48% 올린 바 있어, 누적 인상 폭이 상당하다.
처음부터 역대 최고 수준의 공사비를 책정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시공자 선정 절차에 들어간 여의도 광장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3.3㎡당 1,590만 원의 공사비를 먼저 제시했다. 초고층 설계와 특화 마감을 전제로 조합이 선제적으로 높은 단가를 책정한 것으로, 통상 착공 후 시공사가 증액을 요구하던 기존 방식과는 다른 흐름이다.
자재값 상승도 공사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자재수급지수는 63.4로 전년 동월보다 29.1포인트 하락해 조달 여건 악화를 나타냈다. 경기도 수원 영통구의 한 리모델링 조합도 올해 4월 공사비를 5,383억 원에서 7,827억 원으로 45% 올렸다.
건설공사비 지수는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 중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6.88을 기록했으며, 2024년 130 내외에서 움직이던 수치가 지난해 말 132선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처럼 치솟는 공사비는 결국 일반분양가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6,355만 원으로 처음으로 6,000만 원대에 진입했다. 다음 달 분양을 앞둔 성북구 한 단지의 전용 84㎡ 분양가도 17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까지 공사비에 얹히는 경우가 있어 당분간 서울 분양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